너무 급하게 기차를 타느라 아직 떼어내지 못한 헤나를 손톱으로 긁어서 뜯어냈다.
물티슈를 문질러가며 떼어내려 했지만 도저히 무리여서
세면대로 가서 조금 민폐였지만 한번 누르면 찔끔씩 나오는 물로 헤나를 제거했다.
다른 인도인들도 팔을 뒤덮은 헤나가 신기했는지
어디서 했는지, 직접 했는지, 이것저것 물어봤다.

헤나를 다 떼어내고 숨을 돌리며 기차에서 쉬고 있을 때 로밍해 갔던 내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번호를 보니 여행사 직원분이었다.
무슨일인가 싶어서 전화를 받았다.

"아그라에 원래 묵기로 되어있었던 호텔에 예약 확인 전화를 했는데
갑자기 그 호텔에서 예약을 취소했어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지금 아그라로 가고 있는데.
이제 한 시간 후면 도착인데.

"어쩌죠?"

"그래서 지금 다른 호텔로 예약해놨어요. 미안해요.
지금 예약해놓은 호텔은 같은 오성급이고 더 비싸고 좋은 호텔이에요.
하지만 이건 우리 잘못이니까 추가 요금은 없어요.
픽업 서비스도 추가로 해놓았어요. 아그라역에서 내리면 마중나간 사람이 있을거에요.
미안해요. 호텔 도착하면 문자 주세요. 전화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역시 인도다웠다.
몇달전에 예약을 해놓았고 몇시간 후면 체크인 하러 가야되는데 예약 취소라니.
게스트하우스도 아니고 오성급 호텔이.
그래도 덕분에 픽업서비스도 받고 같은 오성급이라고 하니 나쁘지는 않았다.


기차는 한시간정도 딜레이되서 3시30분쯤 아그라 칸트(Agra Cantt)역에 도착했다.
한시간 딜레이 정도야 귀여운 수준이었다.

 


분주한 역을 빠져나오니 과연 내 이름을 적혀있는 종이를 들고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따라가 그의 택시를 탔다.

그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호텔은 윈드햄 그랜드 아그라(Wyndham Grand Agra) 호텔이었다.
가는 도중에 걱정이 됐는지 여행사 직원분한테 다시 연락이 왔다.
괜찮은 곳으로 예약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혹시 호텔이 좋은지 나쁜지 연락주고 문제생기면 연락달라고 했다.




호텔에 도착해보니 과연 좋은 곳이었다.
난 이런 곳에 처음 와봐서 호텔 직원들이 짐을 들어주니 황송스러웠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예쁜 여직원이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머리에 빨간 점을 찍어주었다.
로비에서 잠깐 기다리라고 해서 앉아있는데 안그래도 물을 델리에서부터 못마셔서
괴로웠는데 시원한 음료도 갖다 주면서 사진도 찍어주고 어찌나 황송한지.


체크인을 하고 방을 안내 해주었다.
방을 확인하러 가는 길에 안내해주던 여직원이 오후에 어디 갈거냐고 물었다.
타지마할에 갈까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곧 문닫을 시간이라
자기 생각에는 아그라성에 가는게 더 나을것 같다고 했다.
귀 하나는 기가 막히게 얇은 나는 오늘의 목적지를 아그라성으로 바꿨다.


방을 확인하고 조금 있다 보니 호텔 입구에서 직원이 가져 갔었던 짐을 가지고 왔다.
보안담당자가 조금 의심스러운 것이 X레이에 나와서
죄송하지만 짐을 열어 주실수 있냐고 해서 활짝 열어주었다.
짐을 확인한 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며 돌아 갔다.
큰 호텔은 짐 검사도 확실히 해두는 것 같다.

짐을 풀고 호텔 앞에서 오토릭샤를 잡았다.
목적지로 아그라성을 외치자 처음에 100루피를 불렀는데 50루피까지 가격을 깎았다.
참고로 호텔은 파테바드 로드(Fatehabad Road)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번에 인도에 와서 처음으로 도로를 당당하게 점거하고 있는 소떼들을 보았다.


차 번호판을 이렇게 직접 그려도 합법적인 건지 모르겠다.


가는 길이 생각 외로 엄청 막혔다.
거의 한시간이 걸려서 아그라성에 도착했다.


아그라성(Agra Fort)은 1566년 무굴의 제 3대 황제인 악바르(Akbar)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입장료는 1인에 300루피.



도착해보니 해가 저물고 있어서 문이 닫힐 것 같아서 두려웠는데
입구에서 손님을 낚기위해 기다리고 있던 어떤 가이드가
들어가기만 하면 괜찮다고해서 일단 표를 사고 들어갔다.







아그라성에서 저 멀리 타지마할이 보였다.
타지마할은 4년전 가본 적이 있지만 다시 봐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타지마할을 본 후에는 인도에 있는 그 어떤 건축물을 봐도 감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엄청난 마력이 있다.
내일은 너에게 달려갈게.


우려했던 대로 경찰이 폐관을 알리면서 나가라고 사람들을 몰기 시작했다.
아직 반정도 밖에 보지 못했지만 경찰에 몰리는 다른 사람들에 휩쓸려 다녔다.
나머지 못본 곳은 대충 둘러봐야 했다.

 





아그라 성밖으로 나왔더니 어떤 할아버지께서 릭샤 탈거냐며 접근 하셨다.
100루피에서 50루피까지 깎아서 릭샤를 타러갔는데
아뿔싸. 오토릭샤가 아니고 사이클 릭샤였다.
아그라성에서 호텔까지 거리가 꽤 먼데 할아버지께서 과연 갈 수 있을까 싶었다.
뭐 갈수는 있겠지만 피곤해서 호텔에 빨리 가서 쉬고 싶었다.


역시 할아버지께서는 힘이 드셨는지
중간에 내려서 걸어라 릭샤를 잡아 끌어라 요구사항이 많았다.
몸은 피곤한데 호텔까지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그냥 중간에 내리고 30루피만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자기는 늙었고 동양 사람들은 늙은 사람을 잘 도와주고
거의 다왔고 어쩌구 저쩌구 하시면서 40루피를 달라고 하셨다.
그럼 끝까지 타고 가겠다고 하자 갑자기 얌전해 지시면서 30루피에 합의 보셨다.

할아버지의 가까이 왔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호텔까지는 엄청 많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아그라 성 앞에서 오토릭샤를 잡는 것은 쉬웠지만
길 중간에서 오토릭샤를 잡는 것은 어려웠다.
이미 손님을 태우고 왔다갔다하는 오토릭샤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빈 오토릭샤 한 대가 와서 호텔까지 100루피를 외쳤다.
나는 30루피에 하자고 우겼다.
릭샤왈라 아저씨께서 40루피까지 가격을 낮췄는데
느낌이 한번 더 튕기면 30루피까지 될것같아서 그냥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릭샤왈라 아저씨는 갑자기 울리는 전화를 받느라 더이상 우리를 붙잡지 않았다.

그냥 40루피에 할걸 조금 불안했는데 다행히 빈 오토릭샤 한 대가 더 와서 어디가로 가냐고 물었다.
그런 중에 전화를 다받은 아까 그 아저씨께서 40루피에 하자며 다시 우리를 붙잡았다.
새로운 아저씨한테 30루피에 가자고 하니 그 아저씨는 바로 오케이.

오토릭샤를 타고 호텔에 가는데 처음 탈때는 호텔 이름을 대니 잘 알고있다고 하시고서는
우리가 가난해 보였는지 자꾸 이상한 게스트하우스앞에 세우고 다왔다고 하셨다.
우리는 여기 아니라고 말하고, 아저씨는 또 계속 다른 게스트하우스 앞에 릭샤를 세우셨다.
길을 잘 모르시는지 이상한 길로 가고,
결국 길가는 사람한테 우리가 호텔에서 가져온 주소가 적힌 종이를 보여줘서 찾아 갈수 있었다.
나는 제법 빈곤한 티가 역력한 것 같았다.
Posted by pwrpw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