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났다.
오늘의 주요 미션은 뉴델리(New Delhi)역에서
아그라 칸트(Agra Cantt)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것이다.



호텔에서 나오는 아침을 먹었다.
종류는 다양하지 않았지만 맛있었다.


여행사 직원을 만나기로 한 시간이 9시30분이어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레 로이(Le Roi)호텔 근처에 빠하르간즈 메인 바자르(Paharganj Main Bazaar)가 있다고 해서
아그라로 떠나기 전에 헤나도 하고 환전을 위해 환율도 알아볼겸 메인 바자르를 찾아 호텔을 나섰다.



어제 여행사 직원이 대충 설명해준 것을 듣고 찾아 나섰으나
오히려 메인 바자르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고 날씨도 본격적으로 더워져서
포기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아직 루피로 환전을 하지 못해서 호텔 안에서 환전을 하기로 했다.
아까 호텔을 나가기 전에는 환율표시기가 켜져있었는데 분명 1달러에 46.5루피였다.
그런데 이제 환전을 하려고 하니 환율표시기가 꺼져있었다.
그래도 나름 빠하르간즈에서 좋은 호텔이라고 하는데
고객 등쳐먹을까 싶어서 200달러를 환전하겠다고 직원에게 말했다.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9,000루피라고 했다.
9,000루피면 1달러에 45루피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까는 분명 46.5루피지 않았냐고 하자
오늘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휴일은 환율이 더 내려간다는 것이다.
아직 환율이 얼마인지 몰랐기 때문에 그런가 하고 환전을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직원 녀석 돈이 이상하게 서랍에서 나오지 않고
지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돈이 부족하자 다른 직원한테 돈을 빌려서 나에게 줬다.
참 찝찝한 기분이었지만 많이 알아보지 않고 환전한 나에게 잘못이 있다 생각하기로 했다.
돈을 받고 몇장 찢어지거나 더러운 돈이 있어서 다시 교환해달라고 했다.

호텔로비에서 잠시 여행사 직원분을 기다렸다.
어제 픽업나온 직원분이었는데 참고로 현지 여행사 직원분은 인도인이다.
하지만 한국말을 기가 막히게 잘하니까 의사소통에 문제는 전혀 없었다.
예약되어있는 호텔 바우쳐와 기차 티켓, 명함을 받았다.
혹시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할 수단으로 로밍해간 내 휴대폰 번호도 알려주었다.

티켓까지 다 받았는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 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앞으로 이야기 하겠지만 여행 중간중간 이 직원분과 연락할 일이 계속 생겼다.
이것이 바로 인크레더블 인디아!

뉴델리 역으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약도를 그려주시면서 설명해 주셨다.
걸어서 가도 되지만 짐이 있으니 사이클릭샤를 타도 괜찮다고 하셨다.
하지만 20루피 이상은 주지말라는 팁까지 알려주시면서 직원분은 떠나 가셨다.


호텔 앞이어서 그런지 사이클릭샤가 금방 잡혔다.
물론 릭샤왈라 아저씨는 100루피를 불렀지만
우리가 단호히 20루피를 외치자 그 가격에 합의 하셨다.

릭샤를 타고 가다 보니 아! 바로 이곳이다!
4년전 그토록 돌아 다녔던 빠하르간즈!!

릭샤왈라 아저씨께 중간에 내려달라고 하고 잠시 걸으면서 구경도하고
헤나도 하기로 했다.



아직 아침이라서 그런지 헤나 하는 사람이 없었다.
빠하르간즈를 두번 왔다갔다 했지만 찾기 어려웠다.
이제 포기해야하나 싶었는데 저쪽에서 헤나를 하고 있는 서양인 발견!
그곳으로 가서 아직 놀고있는 헤나하는 청년 두명에게 갔다.


우리가 가자 아주 신나하며 얼마나 오래가는 디자인을 할 것인지,
크기는 얼마나 할것인지, 디자인은 어떤 것을 할것인지 물었다.
약 일주일 후면 다시 한국에 가서 출근을 해야하니
일주일 후에 사라지는 헤나를 골랐다.
나는 한쪽 팔 전체를 할것이라고 하고 디자인을 고르려고 하니까
디자인은 고를 필요 없고 자기를 믿으라고 했다.
가격은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이 녀석 얼버부리면서 안알려준다.
헤나 가격이 얼마인지 몰라서 마음속으로 150루피 이상은 안줘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기차시간이 11시30분인데 10시50분이 되도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계속 내 팔에 헤나를 열심히 그리고만 있어서
내 기차시간이 11시30분이니 대충 마무리 지어달라고 했다.
그러자 알겠다며 자기를 믿으라며 다시 열중모드.
11시가 되었는데 도저히 안끝날것 같아서 됐으니 이제 그만하자고 했다.

돈을 내야 할 시간.
나는 한쪽 팔 전체를 다 했고 내 일행은 한쪽 팔 반만 했었다.
자 이제 가격을 말해주세요~

80달러 입니다.

귀싸대기 날릴뻔 했다.
어이가 없었다.
침착해. 침착해를 속으로 외치며
'내가 지금 다 환전해서 달러가 없다. 루피로 얼마야'라고 물었다.

4,000루피 입니다.

완전 어이 상실.
외국인에게 처음부터 달러를 외치는 사람은 작정하고 돈뜯으려는 놈들이라던데
이 자식들이 그런것 같았다.

난 '그 가격은 안되고 200루피 하자'라고 제안했다.
분명 200루피도 많은 것 같은데 이 화려한 솜씨를 보라며 징징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정색을 하면서 내가 인도인 친구가 한명 있는데
그 친구한테 공정가격 한번 물어볼게 라고 했더니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휴대폰 버튼을 하나 누를때마다 뚝뚝 떨어지는 가격.

아마 헤나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할때
나는 인도에 두번째 오는 거라고 한 얘기가 먹혔나 보다.
인도에 두번은 왔으니 인도인 친구도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인도 친구는 개뿔...
사실 난 헤나해준 애가 진짜 전화해보라고 할까봐 조마조마 했다.
아마 전화하라고 했으면 기껏해야 여행사 직원분한테 전화했을 것이다.

내가 마지막 가격으로 500루피를 외쳤고 나도 더이상은 못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 청년도 이제야 오케이.
아... 분명 500루피도 엄청 바가지일텐데...
그래도 이 녀석이 처음부터 4,000루피를 통크게 불러서 더 많이 깎기가 어려웠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협상하느라 헤나를 말리고 씻고 할 시간이 없었다.
바로 기차역으로 달려가야 가까스로 세이프할것 같았다.
달리기 시작했다.
이날 이렇게 미친듯이 달리다가 인도여행을 대비해 처음으로 산 DSLR 카메라의
유브이 필터가 날라갔다. 아니 이때 날라갔을 것이다. 추측.
헤나는 말리지 못해서 가방과 바지 여기저기
마치 딱 그 색깔로 오해하기 좋게 뭉개지고 쳐 발라지고 있었다.


뉴델리역에 정말 오래간만에 왔지만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었다.
미친듯이 기차역 입구로 달려갔다.
오래간만에 와서 입구를 찾지 못하고 두리번 거리는데
이때 한 인도인이 접근.
우리가 우왕좌왕하자 기차표를 보여달라고 했다.
난 도와주는 줄 알고 아까 여행사 직원분께 받은 A4로 출력한 인터넷예약 확인증을 보여줬다.
그러자 그 인도인은 이것은 확인증이지 기차를 탈려면 보팅패스가 있어야한다.
보딩패스 있냐? 라고 물었다.
없으면 자기를 따라 오라는 것이다.

허... 요놈 봐라...
안그래도 아까 여행사 직원분께 이 종이를 받을때 이 표를 보딩티켓으로 바꿔야 하냐고 물었었다.
결론은 그럴 필요 전혀 없다.
이 종이는 티켓으로 대체되니 그냥 바로 타도 된다고 하셨었다.
그 인도인은 사기꾼 녀석이었다.

가볍게 무시하고 입구를 찾아 갔다.
인도는 어느 공공기관을 가든지 입구에서 공항처럼 짐검사를 한다.
심지어 지하철 역에서도 한다.
그렇게 짐을 내려놓고 짐검사를 하는데 검사를 하던 공무원으로 보이는 직원이
티켓을 보여달라고 햇다.
공무원이니까 일단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이녀석이 하는 말.

당신이 타는 기차 6시간 연착되어서 이 기차표는 취소 되었으니 다시 사야합니다.
기차표 사는 곳은 기차역을 나가서 빠하르간즈 오른쪽으로 가서 어쩌고 저쩌고...
야 이자식아. 기차표를 왜 기차역 밖에서 사냐.
사기치는게 어째서 4년전하고 똑같은 패턴인지.
공무원이 버젓이 사기치고 있으니 정말 인도 처음 온 사람들은 속기 딱 좋겠다.
난 4년 전에도 똑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을 만난적이 있었다.
그때는 속을 뻔했지만 지금은 전혀 안통하지.

완전 무시하고 바로 짐들고 플래폼으로 올라갔다.
이제 출발시간 10분전.
입이 바싹 마른다.
이 기차 놓치면 남은 여행 모두 뒤틀릴수있었다.
플래폼을 찾아서 내려갔다.
이때는 너무 긴박해서 사진을 못찍었다.
내가 탈 기차는 12626 KERALA EXPRESS.

인도 기차의 길이는 어마어마하다.
코치가 다 연결되어있지 않고
어떤 코치들은 옆칸으로 이동하는게 막혀있는 곳도 있기 때문에
처음 탈때 제대로 타야한다.
그런데 이 기차의 길이 때문에 한번 방향을 제대로 잡으면 기차를 놓칠수도 있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플래폼에 있는 사람들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았다.
친절하게 방향을 알려주셨다.


내가 타야할 코치를 발견하고 거기에 붙어있는 예약자 명단을 다시 확인했다.
기차에는 예약자 명단이 붙어있기 때문에 그 명단을 다시 한번 확인 하는 것이 좋다.


자리를 잡고 짐을 내려놓으니 이제야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
그러고보니 물을 못샀다.
출발 5분전.
물을 사기 위해 플래폼으로 다시 내려갔는데 매점이 안보인다.


물 사려다가 기차를 놓칠것 같아서 포기하고 돌아가는데
카메라를 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인도 청년 둘을 만났다.
그러고보니 인도인들은 사진 찍는 것을 참 좋아한다.


에어컨이 나오는 2AC좌석은 칸마다 커텐이 쳐져 있었다.


다시 기차에 오르자마자 기차는 출발했다.
이렇게 첫날부터 온갖 일들을 겪고 나니까
이 여행, 점점 재미있어 질 것 같았다.
Posted by pwrpw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