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저질 체력을 걱정하듯 하늘도 찌푸린 날 용감무쌍하게 등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급하게 등산화와 등산복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고
산악인스러운 모습을 갖추어 감악산으로 향했다.
파주 적성에 위치한 감악산은 차로 일산에서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많지 않은 등산 경험에 비추어봐서 요정도 계절의 등산은
분명 더울거란 생각에 얇은 티 하나와 등산자켓을 걸치고 호기롭게 산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의 추측은 아주, 깨끗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날씨는 완전 흐리고 걸어야 춥지 않을 정도의 온도였다.
적성 시내의 마트에서 등산을 하면서 마실 음료수와 먹을 초코렛을 샀다.
하지만 다음번에 또 등산을 한다면 컵라면과 따뜻한 물을 기필코 준비할 것이다.
감악산 등산로 입구는 보통 범륜사에서 시작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서
시대의 흐름과 대세를 따르는 성격상 범륜사를 찾아 갔는데
네비게이션을 잘못 봐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부대앞에 와있었다.
혼란에 빠진 나는 그만 예배를 마치고 교회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범륜사가 어디에요? 라고 묻는 우를 범할뻔 했다.
아무튼 등산로 입구도 찾지 못해 헤매다가
범륜사를 발견하고 등산도 하기전에 이미 반은 성공했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배수로가 얼음을 토해내는 것을 보고 봄은 이미 우리의 곁에 와있구나 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
매표소 옆에 있는 화장실을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푸세식인 것을 두 눈으로 확인 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있었는데
분명 매표소도 있고 그 안에 관리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돈을 받지 않는 시츄에이션에 흐뭇한 마음으로 등산을 시작했다.
분명히 말할수 있는건 이 등산에서 가장 큰 고비는 매표소부터 범륜사까지 약 5분간의 코스였다.
진실이다.
나의 체력도 20대의 체력이다.
진실이다.
아무튼 범륜사를 지나 본격적인 등산은 시작되고
이러한 다리를 건너고
이러한 돌길을 걸어걸어 올라갔다.
확실히 어른들이 더 등산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등산을 하시면서 아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하시는데
내가 들은 분야을 대충 추리기만 해도
정치, 국제, 스포츠, 건강, 의학, 심리, 경제, 인물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화전이 오래 버려져서 거칠어진 밭이 되었다는 묵은 밭을 지나
걷고 쉬다가 걷고 쉬다가를 반복하니 어느새 정상이 1.5Km 남았다는 푯말이 보였다.
산 정상에 가까워지니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었다.
등산을 시작한지 1시간 40분만에 감악산비가 세워져있는 감악산 정상에 올랐다.
난 쉬는 곳이 보이면 무조건 쉬어서 1시간 40분이 걸렸는데
대략적으로 1시간~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듯 하다.
왕복 3시간~4시간 정도 잡으면 적당하다.
산 정상에서 보이는 광경은 정말 멋있었다.
하지만 어른들이 정상에서 근무하고있는 군인들한테 말걸고 귀찮게 하는 모습이
예비군의 입장에서 안타까웠다.
광경은 좋았지만 추워서 오래있고 싶지는 않았다.
출출하기도 해서 정상에서 맛보는 컵라면을 먹어보려했는데 이미 다 팔렸다.
초보 등산객은 이렇게 초보 티가 난다.
이게 다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그래도 하산할 때는 별로 쉬지 않고 내려와서 1시간만에 다시 범륜사에 도착했다.
등산 초보자 코스로 적당한 감악산은 주말에 다른 산에 비해 사람도 한적하고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주말 간단한 등산으로는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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